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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치료이야기

화상치료한의사로서 보람을 느끼게 한 아이.(오랫만에 글을 씁니다)


그 아이를 처음 만나 건 작년 11월 9일, 벌써 1년이 넘어갑니다.
보통 예약하고 다음날 오는데 그 아이는 아침에 예약하고 바로 찾아왔습니다.
13개월 된 남자아이였고
11월 2일에
정수기의 물에 오른손 전체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강동의 모 병원에서 1주일간 치료받았고,
심재성2도 및 3도화상으로
피부이식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환부를 보니 벌써 백색가피가 두껍게 형성된 상태로
양방병원의 치료로는 피부이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태였습니다.


((처음 온 날의 사진입니다.))

이 아이가 피부이식수술을 하게 되면,
이식수술이 잘 되더라도 1년 이내에 손가락구축이 오게 됩니다.
왜냐하면 정상조직과 이식부위의 성장속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년 이후에 재수술, 또 3-4년후에 재수술, 성장후에 다시 재수술,
아무리 수술이 잘되도 최소한 3-4회의 추가수술을 해야하고,
수술을 할때마다 전신마취를 하고
또 다른 부위에서 피부를 떼내야 합니다.
그렇더라도 손가락이 온전히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아래 사진은 손가락 피부이식술을 받은 다른 아이의 경우로 수술후 3개월 후의 사진입니다. 이 아이는 다시 2개월쯤 후에 재이식수술진단을 받았다며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저희로서는 이식수술후의 구축을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관계로 도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 사진을 붙이는 이유는 양방병원에서 수술후에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를 보여주거나 자세히 말해주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수술을 결정하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에 정보를 제공해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는 보호자에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리에게 무한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피부이식수술보다는 몇배 더 잘 치료할 수 있습니다.
즉, 최악의 경우에 이식수술을 하더라도 최대한 늦춰서 아이가 모두 큰 다음에 하게 될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약간의 기능장애가 생길 수도 있지만 활동한느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까지 치료될 수도 있다" 그리고, 양방의 치료와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죽 드렸습니다.

보호자는 치료와 관련된 내용에는 신뢰의 눈빛을 보내고 눈물을 글써이며 치료를 간절히 원하지만,
망설이는 기색이 보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당일 치료를 마치고는 아무런 조치(우리의 치료는 1일 3회의 치료이므로 입원을 하던지 아니면 집에서 바를 연고를 처방받아서 가야 하는데)도 받지 않은채 그냥 귀가하였다고 간호사가 전하였습니다. 망설이던 기색은 아마도 진료비가 부담이 되었을 것입니다.

전에 한 번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럴 때 참 난감합니다.
지역이 강남이라 그런지, 제가 몰인정하게 생겼는지, 
진료비가 부담되면 어떻게 사정을 해보지도 않고 그냥 가버립니다.
그렇다고 진료비가 부담되서 간다는 환자를 저렴하게 해드릴테니 치료받아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종종 그런 경우가 있어도 환자의 상태가 웬만할때는 크게 마음이 쓰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의 경우는 한 번 수술을 받게 되면 그 앞길이 너무 고통스럽게 눈앞에 그려저서 그날 밤새 뒤척였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진료를 시작하였는데 그 아이가 다시 왔습니다.
엄마가 "아이는 셋이고 정말 돈이 없어요. 일단 1주일만 입원해 보면서 생각해 볼께요."라고 하셔서
저는 도리어 "마음이 무거웠는데 정말 고맙다. 다시 오셨으니까 드리는 말씀인데 돈없다고 치료 중단하지 말고 계속 받아라. 치료비는 치료가 다 된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말씀드렸고 그랗게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만 4개월을 입원하면서 치료하였고, 퇴원후에도 치료차 한의원에 옵니다.
올때마다 좋아지는 아이의 손을 보면서 쑥쑥 커가는 아이를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내가 없었더라면 저 아이는 어떤 손을 가지고 살아갔을까? 생각하면서 저는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연고를 만들기 위해서 탕제실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손이 쭈글거림이 있습니다만 기능상의 장애는 남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좋아질 겁니다. 다음에 오면 손바닥 사진도 찍어야 겠습니다.))

**고맙게도 진료비중 거의 절반은 지불해 주셨고, 나머지도 매달 조금씩이나마 보내주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