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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Film "Antigone" 2019. Director : SOPHIE DERASPE. 안티고네

BIFF Film "Antigone" 2019

Director : SOPHIE DERASPE

 

너무 멋진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진국들에서 난민과 이민자를 대하는 문제를 비극 안티고네에 맞춰 재구성해낸 걸작이라 생각됩니다.

감독과의 대화가 짧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에게 시간을 드리려고, 소감을 전달하지는 않은 채 간단한 질문(오른쪽새가 길조였다면 흉조도 있었는지???)만 했습니다. 감독님이 이 블로그를 보신다면 좋겠습니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보다는 비극과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영화에서 느낀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안티고네의 할머니를 왜 메노이케우스 Menœ́ceus” 라 하였을까?

Menœ́ceus Creon의 아버지이므로 Antigone의 외할아버지가 된다. 큰 의미는 없어 보이지만 재미있는 설정이다.

 

2. 할머니는 신의 역할을 한다. 손자를 끝까지 지켜 고향까지 따라감으로서 안티고네의 방황도 끝마치게 해주고 안티고네가 선택해야 하는 길이 무엇인가도 보여준다. 또한 비극에서 나오는 코러스의 역할을 하게 된다. 혹시 그녀가 부르는 가사가 비극 Antigone에 나오는 가사로 그리스어가 아니었을까?

 

3. 안티고네의 언니 이스메네가 안티고네에게 하이몬과 너무 일찍 자지마! 자고나면 바로 차여!” 라고 하였는데 이는 나중에 결말을 이끌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스메네의 말과는 반대로 안티고네가 먼저 섹스를 요청하고 하이몬을 떠나는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재미있는 설정이다.

 

4. 폴뤼네이케스가 탈옥직전 이스메네가 보는 앞에서 독수리가 오른쪽에서날아온다. 오른쪽에서 날아오는 새는 그리스신화에서 좋은 징조이다. 감독은 신화에서 오른쪽과 왼쪽의 의미를 모른 채 제우스를 생각하며 독수리를 넣었다고 한다. 무의식적으로 오른쪽을 택했는데 고전과 맞다니 신기하다.

 

5. 장님예언자 테이레시아스 [Teiresias]를 안티고네가 사모님으로 부르자 못마땅해 한다. 그러자 안티고네가 아저씨라 부른다 ㅎㅎ 영화의 유일한 유머이다. 테이레시아스가 원래는 남자였는데 교미하는 암뱀을 죽여 여자가 되었고 자식도 낳았다. 그후 다시 교미하는 숫뱀을 죽여 남자가 되었으니 양성을 모두 경험해본 사람이다. 제우스와 헤라가 남녀의 결합이 누구에게 더 좋은가 물었을 때 여자의 쾌락이 아홉배 더 강하다고 말해서 헤라의 미움을 사 장님이 되었다.

 

6. 테이레시아스 [Teiresias]가 원작에서는 크레온에게 가서 크레온을 꾸짖는데, 영화에서는 안티고네에게 나타나 안티고네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고 앞길을 제시해준다.

=죽은 자의 법을 산자의 법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

=마음의 법을 인간의 법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살아서 갇히게 될 것이다

 

7. 원작에서는 돌 감옥에 갇히고 그 공간이 살아서 죽은공간으로, “산자와도 함께하지 못하고 죽은 자와도 함께하지 못하는공간으로 표현이 되었는데, 영화에서는 감옥에서 나와 스스로 고향으로 추방당한다. 고향은 할머니의 표현에 의하면 감옥이고 죽은 거나 다름없는 곳이다. 원작의 돌감옥이 곧 영화의 고향이고, 장님 예언자가 말하는 살아서 갇히는 곳이다.

 

8. <<Mon coeur me dit>> 개인적인 평가를 해보면 소포클레스는 평범한 단어를 이용하여 문장을 만들었는데, 그 문장의 흡입력이 대단한 작가이다. 이 영화의 핵심 문장인 <<Mon coeur me dit>>은 원작에는 나오지 않는다. 감독은 아마도 핵심 문장만큼은 본인이 직접 만들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나의> <심장> <나에게> <말한다> 이 흔한 네 단어로 만들어진 이 문장의 흡입력은 너무 대단해서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한다. 비극 안티고네에 삽입해 넣어도 꼭 들어맞는 문장이다. 이 한마디로 영화 <안티고네>는 비극<안티고네>에 버금가는 작품이 되었으며, 감독 <소피 데라스페>는 언어의 마술가사 되었다.

 

9. 마지막 공항 장면에서 입국하던 세 살 안티고네와 출국하는 열여덟살 안티고네를 한 장면에 보여줌으로서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현실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영화이므로 이젠 현실로 돌아가라는 감독의 배려로 느껴진다. 이런 걸 비아리스텔레스적 시학이라고 한다고 들었다.

 

감독 소피 데라스페 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기회가 된다면 가족과 함께 집에 초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