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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치료이야기

마음아픈 아이들의 화상

나는 한의사이다.
한의사인데 모두들 의아해하는 화상치료의 길로 접어들었다.
우여곡절이 있어서 이 길을 들어선지 5년여가 되었다.
아무도 걸어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힘들고 어려운 길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화상치료와 관련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치료결과에 만족스러워 하는데도
환자 한명 한명을 볼때마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긴장된다.

도대체 이 환자는 또 어떤 돌발상황을 만들어내며 나을 것인가?
아직 한 번도 보지 않았던 치료과정중의 어떤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한명의 환자도 맘편하게 치료해지지가 않는다.

큰 면적의 화상환자라도 입원하면 잠자리에서 2-3시간씩은 뒤척거리기 일쑤다
가끔씩은 그만 두고 싶을때도 있다.
나도 남들 다하는 것을 하면 편할텐데...

날 붙잡는 것 아이들이다.
아직 아이가 없는 나에게 아이들은 그리 각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런데, 화상치료를 하면서 환자의 대부분인 1-2살 아이들에게정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화상을 입어서 오면 내 마음도 엄마들의 마음처럼 아프다.

엄마들은 죄책감에 빠져서 온다. 울고 불고 당황하고..
거기에 다른 양방병원에서 ..
"수술해야 하고,,수술은 한 번으로 끝나는게 아니고...손을 못쓸수도 있고..."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오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아이들의 화상치료에 정성을 다한다.
아이들은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있게 되고 흉이 조금 남았지만 치료를 마친다.
한명의 치료를 마치고 "이젠 안 오셔도 됩니다" 할때면,
또 다른 아이가 날 기다려도 일단 이 아이에게서는 해방의 안도감을 맛본다.
그리고, 몇달후 치료사진들을 정리하다가 아이들 얼굴을 떠올려 본다..
이놈은 얼마나 컸을까? 그동안 전화가 안 왔다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는 거겠지?

난 화상을 치료하는 한의사다..
어떤 화상치료법보다도 우리 한방 화상치료는 우수하다.
난  이길을 계속 간다...

우리 한의원에서 가장 오랫동안 치료받는 아이의 사진을 올려본다...
양손으로 뜨거운 솥을 안아서 양손바닥에 3도화상을 입었다.
양방의 화상전문병원에 입원 치료하다가 인연이 되어 우리 병원에 왔다.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기겁을 하고 왔다.
우리 병원에 3개월여 입원하고 1년넘게 통원치료중이다.
우측손은 거의 깨끗하게 남았는데 좌측손바닥과 손가락일부에 약간의 당김이 있다..
부모님이 지치지 않고 통원중이고 의료진도 열심히 치료하고 있으므로 점점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