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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60시간 진통...그 고통의 끝엔...

<<출산 경험은 모두가 다르다. 처음 출산이라 도대체가 진통이 어떻게 시작되고 얼마나 아픈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자기가 느낄뿐>>




아내의 출산예정일은 1월10일이다.
예정일을 넘겨도 아무런 기미가 없다.
1월12일 병원에 예약이 되 있어서 간다.
의사선생님 왈
"출산기미가 없네요. 다른 조짐은 좋으니 22일까지는 기다려 봅시다"
"일단 1주후에 오시고, 그 전이라도 진통시작하면 오세요"
목요일
그리고 목요일이 되었다.
오후1시경 아랫배가 싸르륵 아프단다.
시계를 본다. 20분후에 다시 아프다. 규칙적이다.
간격이 점점 좁아진다.
아 이렇게 낳는 건가?
밤이 되니 간격이 다시 넓어진다. 이게 웬일이야?
일단 잠자리에 든다.
밤세 미약한 진통이 10여분 간격으로 찾아온다.
가진통은 규칙적이 아니랬으니 이게 진짜 진통이면 참을만 한가보군...
금요일
그런데 금요일 점심을 지나면서 진통이 사라진다.
아 맥이 빠진다. 아내도 맥이 빠진다.
토요일
토요일이 되었다.
이럴때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되..
아파트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한다.
그것도 다리가 붓고 못하겟다고 울상이다.
여보 조금만 힘내.
친구들이 홍천으로 스키를 타러 간다고 했다.
홍천이면 1시간 반..
애가 콧바람을 쐬어야 나오려나보다...
아무도 믿지 못하겠고, 기족이 알면 아마 혼이 나겠지만...
우리는 홍천으로 갔다.
도착하자마자 방으로 들어가는 대신 2시간을 걷는다.
밤12시부터 눈밭을 다시 한시간을 걷고 잠자리에 들었다.

일요일
새벽5시 눈을 떠서 아내를 보니 조금 고통스러워한다
지난 번 통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듯하다.
진짜 진통이 시작된 것일까?
서둘러 차를 몰아 서울에 온다.
몸을 비틀 정도의 통증이 5분 간격이다.
5분간격의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이런 것인가?
7시30분 집에 도착.
조금 쉬었다 병원을 가자고 누웠다.
그런데 진통이 다시 7분 8분 간격이다. 강도는 더 강해지는 것 같다.
병원에 전화를 한다.
역시나 누워서 5분간격 아파서 못참을 통증이 있을때 오란다.
서서 움직이면 2-4분 누우면 7분 통증은 강해지고 산모는 점점 기운이 빠진다.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다리가 붓고아파서 못하겠단다.
일요일도 그렇게 지나간다.

월요일
아 이렇게 오늘도 지나가려나
한치도 변함이 없다.
움직이면 2-3분 누우면 7분
도저히 안되겠다.
오후엔 운동삼아 병원에 가보자.
40분을 걸어서 병원에 도착
진료받던 선생님은 휴진이고 
내진을 하더니 "이제 1.5센티 열렸네요, 집에 돌아가세요"
아내 왈 "근데 오전부터 약간 출혈이 있어요"
의사 왈"그럼 큼 해보세요......양수가 조금씩 세내요..입원하세요"
분만대기실로 올라가니 
"오늘중으론 안나옵니다. 집에가서 저녁 맛있게 드시고 오세요"
소곱창으로 저녁을 먹고 집을 간단히 정리하고 병원에 간다.
이제 누워서 진통간격이 줄기를 기다린다.
병원에 누워있어서 인가?
간격이 5분으로 줄어들고 통증은 점점 심해진다. 
아.....소리를 내면 힘이 빠진다고 소리도 못지르게 한다.
몸을 비틀고 다문 입으로 신음이 흘러나온다.
11시경...척수에 무통주사놓을 바늘을 미리 꽂아 놓자고 한다.
주사등의 도움없이 출산을 하겠다던 아내는 무통주사를 맞겠다한다. 너무 힘이 드나보다. 
새벽세시경 신음소리가 밖으로 흘러나가고 간호사가 와서 무통주사를 맞겠냐한다.
이제 자궁은 2-3센티밖에 안열렸는데 무통주사를 벌써맞으면 안되는데...하면서....
무통주사를 맞는다...이제 통증없이 애를 낫는건가?
개뿔!! 무통주사는 약1시간가량 진통을 잊게해준다. 대신 그시간동안 자궁이 열리는 것도 방해를 받는다. 이게 뭐야...
새벽 다섯시 계속되는 진통...
아침 8시 그동안 진료받았던 의사가 마침 분만실담당이라 출근하여 5센티가량열렸고 무통주사를 한 번더 맞자고 한다. 마지막이고 더이상 쓰면 분만만 지연이 된단다. 그리고, 함께 처방되는 분만촉진제....
10시경 주사의 효과가 없어지고 분만촉진제가 투여되면서이더욱 강해지는 진통!1
아 이렇게 해서 애를  낳을 수 있을까?
출혈이 심해진다.
11시 30분경 간호사가 와서 안되겠다고 분만실로 옮긴다.
양수를 파수한다.
양수색의이 맑다며 안도의 한숨을 돌린다.
의사가 왔다 갔다 한다.
그동안의 젊잖고 차분하던 의사는 온데 간데 없다.
말은 짧고 건들건들하고 명령조다.
말을 안들으면 한대 칠 기세다.
힘줘! 길게! 길게 하란 말이야!
그 말이 거칠게 들리지 않고 힘을 주는 소리로 들린다.
마지막으로 나가서 다른 일을 보고 오더니..
이제 낳읍시다. 아니 그게 맘대로 되?
힘주세요. 길게 호흡을 끊지 말고.더세게 한 번만 더, 조금만 더, 한 번 더, 입 다물고, 다됐어요.
숨가뿐 시간이다. 머리가 보여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됐어요. 다 나왔어요. 응애......
아빠가 와서 탯줄 자르세요.
함께 호흡하던 나는 그때서야 숨을 몰아쉬며 탯줄을 자른다.
이렇게 우리 아이는 우리 곁에 왔다.

((37살 노산이며 초산인 산모의 출산기입니다. 출산경험은 모두가 제각각이니  책이나 다른 사람의 경험과 비춰 다르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는 의미로 글을 올립니다 10달전에 썼던 글을 이제 발행하네요))